‘프레임’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선택을 내리는 과정, 사물을 해석하는 관점을 결정짓는 심리적 구조를 말한다.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은 일상 속 다양한 의사결정과 인간 행동의 근저에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게 만드는 틀’, 즉 프레임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인지심리학 연구·행동경제학의 실험 결과·사회심리학적 원리를 토대로 우리 사고의 작동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잘못된 관점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적 방법을 제시한다. 본문에서는 프레임의 개념, 선택 편향의 구조, 그리고 사고 전환을 위한 전략을 깊이 있게 다룬다.

1. 인지심리 관점에서 본 프레임의 본질
프레임은 인간의 인지 체계가 세계를 해석하기 위해 만들어낸 ‘정보 필터링 장치’다. 인간의 뇌는 하루에 약 3만 가지 이상의 자극을 받아들이지만, 모두를 처리할 수는 없다. 그래서 뇌는 특정 정보만 선택해 주목하고 나머지는 배제한다. 이러한 선택 과정 자체가 하나의 프레임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지각이 객관적일 것이라는 믿음을 오래전부터 반박해 왔다. 인간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현실을 해석하는 렌즈를 통해 본다. 이 렌즈가 바로 프레임이다. 최인철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세계가 아니라 세계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심리학의 고전적 실험인 브루너와 포스트만의 ‘지각 왜곡 카드 실험’에서도 증명된다. 빨간 스페이드나 검은 하트처럼 존재하지 않는 카드를 보여줘도 사람들은 이를 정상 카드로 지각하려 한다. 기존 지식과 경험이라는 프레임이 눈앞의 현실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프레임의 중요한 특징은 그것이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단 몇 초 만에 ‘호감’, ‘비호감’, ‘위험’, ‘신뢰’ 등을 판단한다. 하지만 그 판단의 근거는 매우 얕고 주관적이다. 이때 작동하는 것이 인상 형성 프레임이다. 이미 머릿속에 자리한 스키마(schema)가 새로운 정보를 필터링한다. 예를 들어, “안경을 쓴 사람은 조용하고 부지런하다”와 같은 선입견적 스키마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프레임』에서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현실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보게 만드는 틀을 통해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틀 대부분은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경험·교육 등 외부 환경이 만든 것이다. 프레임은 곧 세계를 해석하는 지도이며, 삶의 결과는 이 지도가 어떤 형태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일을 해도 어떤 이는 ‘기회’로 보고, 어떤 이는 ‘위험’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레임이 바뀌면 현실이 달라 보이는 이유도 같은 원리다.
2. 선택 편향 : 프레임이 결정하는 우리의 판단 구조
선택 편향은 프레임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이다. 인간은 합리적으로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심리학·행동경제학 연구는 정반대의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대부분 감정, 직관, 습관, 사회적 규범 등 비합리적 요인에 의해 선택을 내린다. 이 선택을 유도하는 배경이 바로 프레임이다. 대표적인 실험이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손실 회피(loss aversion)’ 연구다. 사람들은 동일한 결과라도 ‘얻는다’고 제시할 때와 ‘잃는다’고 제시할 때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다. 예를 들어, “생존율 90%의 치료”와 “사망률 10%의 치료”는 사실 동일한 정보지만, 사람들은 전자를 훨씬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정보 제시 방식, 즉 프레임만 다를 뿐인데 판단이 전적으로 달라진다. 최인철 교수는 이 현상을 ‘문제 프레이밍(problem framing)’의 중요성으로 설명한다. 문제를 어떤 형태로 정의하는가에 따라 사람의 선택은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기업의 회의에서 “왜 실패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구성원들은 방어적으로 변하고 책임 공방이 시작된다. 반면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프레임을 사용하면 창의적 해결책이 나온다. 질문 하나가 선택 구조 전체를 바꾸는 것이다. 선택 편향은 일상에서도 강력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할인 표시가 붙은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이득을 놓치면 안 된다’는 심리적 프레임 때문이다. 사람들은 5만 원짜리가 3만 원으로 내려간 제품을 ‘이익’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필요성과는 상관없다. 프레임에 의해 조종되는 선택 편향이다. 또한 SNS에서 ‘다수의 좋아요’는 대중적 인기라는 프레임을 형성하고, 개인의 선호를 왜곡시킨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선택 대부분은 실제로는 프레임이 만든 결과다. 프레임이 먼저 존재하고, 선택은 그 뒤를 따라간다. 따라서 선택을 바꾸기 위해서는 선택 자체를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 선택을 만드는 프레임부터 바꿔야 한다. 이것이 『프레임』이 말하는 핵심적 사고방식이다.
3. 사고 전환 : 더 나은 프레임을 선택하는 법
프레임을 인식하는 것은 첫 단계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잘못된 프레임을 수정하고 더 나은 프레임을 선택하는 것이다. 최인철 교수는 이를 위해 인지심리학·긍정심리학·사회심리학의 연구를 바탕으로 실천적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시각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건을 일부만 보고 전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를 ‘부분적 주의 편향’이라고 한다.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는 문제를 다른 위치에서 바라봐야 한다. 예를 들어, 실패를 ‘끝’이라고 해석하는 프레임 대신 ‘학습 과정’으로 보는 프레임을 선택하면 감정적 부담이 줄어들고 행동력이 높아진다. 실제로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가진 사람들은 동일한 실패라도 스트레스 수준이 낮고 더 오래 도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언어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사고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해야 한다”라는 문장은 의무와 압박 프레임을 강화하지만, “하고 싶다/할 수 있다”라는 문장은 선택과 능력 프레임을 강화한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사피어-워프 가설과도 일치한다. 책에서는 ‘단어 하나가 현실을 바꾼다’는 메시지를 반복해 강조하며, 긍정적 언어 사용이 사고 전환에 미치는 효과를 설명한다. 셋째, 관계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며, 타인을 보는 프레임이 곧 감정과 행동을 결정한다. 누군가를 ‘경쟁자’로 보면 사소한 말과 행동도 위협으로 느껴진다. 반면 ‘협력자’로 보면 같은 행동이 도움과 배려로 해석된다. 이는 인간의 사회적 지각(social perception)이 관계 프레임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회심리학의 핵심 이론과 일치한다. 관계 프레임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갈등은 감소하고 소통은 원활해진다. 넷째, 시간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다. 사람들은 현재 중심적 시각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을 가지면 감정적 충동이 줄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미래 자기(future self)’와의 연결성이라 부른다. 미래의 나를 명확히 상상하는 사람일수록 소비와 투자, 건강 행동 등에서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결국 사고 전환의 핵심은 ‘더 나은 프레임을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프레임은 운명이 아니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심리적 도구다. 프레임을 바꾸면 해석이 달라지고, 해석이 달라지면 감정이 바뀌며, 감정이 달라지면 행동과 삶이 달라진다. 이것이 『프레임』이 제시하는 변화의 공식이다.
결론
『프레임』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면 삶이 달라진다는 것을 과학적 근거로 보여주는 심리학 책이다. 인간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존재가 아니라, 프레임을 통해 선택·해석·행동하는 존재다. 잘못된 프레임을 인식하고 수정하는 능력은 현대인의 생존 기술이며, 성장과 성취의 핵심이다. 새로운 프레임을 선택하는 순간, 우리는 더 넓고 더 유연한 사고를 갖게 된다. 결국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프레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