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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애 '그녀의 취미생활' 심층 리뷰 한국 미스터리 스릴러의 확고한 대가로 평가받는 서미애 작가의 단편집 '그녀의 취미생활'은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가장 은밀하고 끔찍한 악의 온상일 수 있음을 섬뜩하게 증명합니다. 표제작을 포함한 이 컬렉션은 작가가 30년 넘게 쌓아온 한국적 미스터리의 모든 것을 집약하며, 독자들을 평온한 삶의 표피 아래 감춰진 인간의 어두운 심연으로 끌어들입니다. 작가는 거대한 범죄 조직이나 비현실적인 악당 대신, 옆집 이웃, 친밀한 가족 구성원, 혹은 스스로의 내면에 숨어있는 보편적이고도 일상적인 욕망과 열등감을 서사의 동력으로 삼습니다. 이 단편집은 서미애 작가 특유의 예리한 관찰력과 심리학적 깊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당신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곳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 일어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 2025. 10. 7.
김중혁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책리뷰 소설가 김중혁의 장편소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은 현대 사회의 불안, 기억의 상품화, 그리고 '잊힐 권리'라는 첨예한 주제를 독특한 탐정 서사의 틀 속에 녹여낸 수작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흔적이나 비밀을 세상에서 지워주는 '딜리터 Deleter'라는 직업을 가진 탐정 '구동치'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 개인의 존재가 어떻게 해체되고 재구성될 수 있는지 탐구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추리 소설의 형태를 취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이 기억을 지우고자 하는 근본적인 욕망과 그 행위가 초래하는 윤리적, 존재론적 질문들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 딜리팅 행위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실화된 '디지털 장례'와 '잊힐 권리'에 대한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의 결과물입니다. 본 심층 분석은 이 소설이 제시하는 비.. 2025. 10. 6.
편혜영 '홀' : 폭력 부조리 인간의 소멸 편혜영 작가의 장편소설 '홀'은 익숙한 일상 속에서 예기치 않은 파국을 겪은 한 남자가 겪는 신체적 심리적 해체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충격적인 서사입니다. 성공적인 삶을 살던 주인공 오기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자신은 전신마비 상태라는 극한의 상황에 놓입니다. 소설은 이 물리적 장애 상태에서 비롯되는 고립과 함께 아내의 어머니 즉 장모에 의한 교묘하고 집요하며 부조리한 통제 폭력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홀'은 한국 문학의 어둡고 냉철한 계보를 잇는 중요한 작품으로 인간 존재의 근원적 불안과 소통의 불가능성을 해부하고 현대 사회의 실존적 허무를 응시하게 만듭니다. 이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폭력의 다양한 형태와 정체성의 파괴 그리고 소멸해 가는 한 존재의 비극을 목도하게 합니다. 본 서평은 소설 속 신체.. 2025. 10. 5.
최진영 '해가 지는 곳으로' : 멸망과 사랑 최진영 작가의 장편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는 인류에게 닥친 치명적인 바이러스 재난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사랑과 우정 그리고 연대의 가치를 탐구하는 묵시록적 로드무비 서사입니다. 이 작품은 재난 소설의 전형적인 공포나 스펙터클 대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관계의 섬세한 면모에 집중합니다. 작가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문체는 종말의 풍경을 감성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냅니다. 특히 이 소설은 사회의 주변부 소수자들이 재난이라는 극한 상황을 통과하며 맺는 관계의 윤리를 성찰하게 합니다. 해가 지는 곳으로 가 한국 현대 문학이 디스토피아 서사를 다루는 방식에 던진 새로운 이정표이자 휴머니즘적 성취임을 이 서평을 통해 분석하고자 합니다. 작가는 파국 속에서도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2025. 10. 4.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상실과 회복, 느림의 미학 황보름 작가의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삶의 의미를 되묻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안을 건네는 동시대적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복잡한 서사나 극적인 사건 전개보다는 한적한 동네 서점을 중심으로 모인 인물들의 일상과 관계를 섬세하게 조명하는 데 집중합니다. 서점 주인 영주를 비롯해 이곳을 찾는 다양한 인물들은 저마다의 상실과 실패를 안고 있지만 책과 커피 그리고 조용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책을 파는 상업 공간을 넘어 현대인의 고독과 불안을 보듬는 심리적 안식처의 역할을 수행하며 빠르게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자발적 멈춤의 가치를 역설합니다. 본 서평은 소설이 제시하는 느림의 미학과 연대를 통한.. 2025. 10. 3.
천선란 『나인』: 인간과 비인간, 연결의 윤리 천선란 작가의 장편소설 『나인』은 근미래의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인간과 안드로이드, 그리고 버려진 존재들이 서로를 구원하는 과정을 그린 수작입니다. 이 소설은 한국 SF 문학에서 작가가 구축해 온 **'따뜻한 SF(휴머니즘 SF)'**의 정수를 보여주며, 기술 발전이 야기한 소외와 고독 속에서 진정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나인』은 단순한 SF 서사를 넘어, 생명과 비생명, 자연과 기술 간의 복잡한 관계를 성찰하게 하는 **윤리적 보고서**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천선란 작가는 냉소적인 미래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대를 선택하는 인물들을 통해 이 시대 독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와 희망을 제시합니다. 본 서평은 소설에 등장하는 비인간 존재들을 중심으로, 작가가 탐.. 2025.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