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24 달과 6펜스 리뷰 : 예술, 욕망, 자유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예술을 찬미하는 소설로 오독되기 쉬운 작품이지만, 실제로는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되는 폭력과 고립, 그리고 인간성의 붕괴를 냉혹하게 응시하는 문제작이다. 이 소설은 천재 예술가의 일탈이나 자유로운 삶의 선택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술적 충동이 인간의 삶과 윤리, 관계를 어떻게 잠식하고 파괴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작품 속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사회적 성공과 안락한 가정을 버리고 그림을 택하지만, 그 선택은 해방이 아니라 또 다른 예속으로 이어진다. 『달과 6펜스』는 예술·욕망·자유라는 매혹적인 개념들이 실제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떤 잔혹한 얼굴을 드러내는지를 끝까지 밀어붙이며, 독자에게 판단을 회피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 불편한 고전이다.예술『달과 6펜스』에서 예술.. 2026. 1. 10. 루쉰 '아큐정전' : 정신승리, 민중, 사회비판 루쉰의 『아큐정전』은 중국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풍자소설로, 한 개인의 우스꽝스러운 삶을 통해 민족 전체가 안고 있던 정신적 질병을 해부하듯 드러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단순한 인물 희화화나 도덕적 교훈을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오히려 루쉰는 아큐라는 인물을 극단적으로 비루하고 무력하게 묘사함으로써, 봉건적 질서와 식민지적 현실 속에서 길들여진 민중의 내면을 냉혹하게 폭로한다. 『아큐정전』이 가진 힘은 비극적 장면보다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에서 더 강하게 작동한다. 독자는 웃음 뒤에 숨어 있는 자기 합리화, 비굴한 자존심,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신 구조를 발견하게 되고, 그 순간 이 작품은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사회 전체를 겨누는 비판문으로 확장된다. 『아큐정전』은 한 시대의 병리학 보고서이며.. 2026. 1. 9. 심훈의 '상록수' 리뷰 : 농촌계몽, 사랑, 이상 심훈의 『상록수』는 일제강점기라는 억압적 시대 조건 속에서 문학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정면으로 응답한 작품 중 하나다. 이 소설은 개인의 내면적 고뇌나 미학적 실험보다, 당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천적 태도를 전면에 내세운다. 농촌의 가난과 무지, 민족 공동체의 붕괴, 이상을 품은 개인의 고독이라는 문제들이 서로 얽히며, 『상록수』는 한 편의 소설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윤리적 선언문처럼 읽힌다. 이 작품은 이상을 말하지만 공허한 이상주의에 머무르지 않으며, 사랑을 다루지만 감상적인 연애 서사로 흐르지 않는다. 심훈은 『상록수』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현실 속에서 끝까지 밀어붙이며, 이상을 삶으로 증명하려는 인간의 자세를 집요하게 보여준다.농촌계몽: 구조적 빈.. 2026. 1. 8.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 : 욕망, 인간, 구원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는 근대 인간의 욕망과 한계를 가장 집요하게 파고든 작품으로, 지식·쾌락·권력·사랑을 향한 인간의 갈망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극적인 서사로 펼쳐 보인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계약이라는 강렬한 설정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만족을 모르는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은유다. 파우스트는 모든 것을 알았음에도 아무것도 얻지 못한 지식인으로 등장하며, 그의 절망은 개인적 불행을 넘어 근대 이성의 공허함을 상징한다. 『파우스트』는 욕망을 죄악으로 단죄하기보다는, 그것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면서도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지를 양면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구원은 도덕적 무결성의 보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추구하고 실패하는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깊은 성찰의 결과로.. 2026. 1. 7. 레프 톨스토이의 '부활' : 죄의식, 구원, 사회 구조 레프 톨스토이의 『부활』은 개인의 도덕적 각성에서 출발해 사회 제도 전체의 윤리적 파탄을 고발하는 사상적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인간이 저지른 죄가 개인의 양심 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 구조와 제도를 통해 어떻게 확대되고 정당화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귀족 출신의 네흘류도프가 과거에 버린 여인 마슬로바와 재판정에서 재회하는 장면은, 단순한 극적 장치가 아니라 인간이 외면해 온 책임이 어떤 방식으로 현재를 덮쳐오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부활』은 회개나 신앙 고백을 강조하는 종교 소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도화된 위선과 관습적 도덕을 날카롭게 해체하는 사회 비판 소설에 가깝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에서 구원을 초월적 은총이 아니라 인간의 실천과 선택의 문제로 재정의하며, 인간이 진정으로 다시.. 2026. 1. 6. 지금 다시 읽는 '안나 카레니나' : 톨스토이, 인간, 삶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흔히 비극적인 불륜 서사로 간단히 요약되지만, 실제로 이 작품은 인간 존재와 삶의 조건을 총체적으로 탐구한 거대한 사유의 소설이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에서 사랑과 결혼, 도덕과 사회 규범, 개인의 욕망과 공동체의 질서, 노동과 신앙이라는 문제를 하나의 서사 안에 정교하게 엮어낸다. 안나 카레니나의 파국적인 삶과 콘스탄틴 레빈의 사색적 여정을 병렬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작가는 인간이 삶의 의미를 찾는 두 개의 상이한 방향을 동시에 제시한다. 하나는 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에 삶을 걸고자 하는 선택이며, 다른 하나는 일상과 노동, 공동체 속에서 삶의 근거를 찾으려는 선택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어느 한쪽을 단순히 정답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왜 끊임없이 흔들릴 수.. 2026. 1. 5. 이전 1 2 3 4 5 ··· 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