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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 부조리, 기다림, 존재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20세기 문학과 연극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킨 작품으로, 인간이 세계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는지를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제시한 텍스트다. 이 희곡은 사건의 진행, 인물의 성장, 갈등의 해결이라는 전통적 서사 규칙을 철저히 거부하며, 무대 위에 남겨진 것은 오직 기다림이라는 행위와 그 시간을 견디는 인간의 모습뿐이다. 베케트는 인간이 의미를 갈망하지만 세계는 그 의미에 침묵한다는 사실을 구조적으로 구현하며, 설명 대신 반복과 정지, 공백과 침묵을 통해 존재의 조건을 드러낸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이해를 통해 정복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 이해되지 않는 상태를 끝까지 견디도록 요구하는 작품이다. 본 분석은 이 작품을 부조리한 세계 인식, 기다림이라는 삶.. 2026. 1. 15.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엘버트 허버드) : 책임감, 실행력, 인간 엘버트 허버드의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는 분량이나 형식에 비해 과도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텍스트다. 이 짧은 우화적 에세이는 단순한 성공담이나 자기 계발적 교훈을 넘어, 조직과 사회가 인간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어떤 인간형을 이상으로 설정하는지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작품은 “왜 묻지 않고 실행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책임감과 실행력을 미덕으로 제시하지만, 동시에 그 이면에는 개인에게 모든 부담을 전가하는 근대적 윤리의 위험성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이 글은 가르시아 장군에게 편지를 전달한 한 인간의 행동을 찬미하는 동시에, 현대 사회에서 책임감과 실행력이 어떻게 신화화되었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본 분석에서는 이 작품을 단순한 교훈서가 .. 2026. 1. 14.
도스토예프스키 '백치' : 순수성, 인간, 비극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는 문학사에서 가장 급진적으로 “선한 인간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밀어붙인 작품이다. 이 소설은 선과 악의 단순한 대립을 그리지 않으며, 오히려 완전한 선이 현실 세계에 등장했을 때 발생하는 구조적 파국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주인공 미시킨 공작은 지적 능력이 부족하거나 어리석은 인물이 아니라, 계산과 위선을 모르는 극단적으로 투명한 인간이다. 그러나 그의 순수성은 구원의 가능성으로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 사회의 불안과 폭력성을 증폭시키는 촉매가 된다. 『백치』는 인간이 도덕을 존중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얼마나 선함을 견디지 못하는지를 드러내는 작품이며, 인간 존엄·윤리·공동체의 한계를 가장 잔혹하게 드러낸 비극적 실험이다. 이 작품은 신앙 소설도, 도.. 2026. 1. 13.
현진건의 '고향' 리뷰 : 식민지 현실, 빈곤, 인간 현진건의 「고향」은 한국 근대문학이 식민지 현실을 본격적으로 인식하고, 그 현실이 개인의 삶과 인간성에 어떤 상흔을 남기는지를 사실주의적 시선으로 기록한 대표작이다. 이 작품에서 ‘고향’은 더 이상 회귀와 위안의 장소가 아니라, 식민지 체제 아래에서 붕괴된 삶의 조건을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공간으로 제시된다. 작가는 개인적 향수나 감정적 비탄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구조가 인간을 어떻게 빈곤과 무력 상태로 몰아넣는지를 절제된 문체로 드러낸다. 「고향」은 가난한 개인의 불행을 묘사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오히려 이 작품은 왜 그러한 불행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묻는 구조적 질문을 던지며, 식민지 조선 사회의 현실을 증언하는 문학적 기록으로 기능한다.식민지 현실「고향」에서 식민지 현실은 단순히 시.. 2026. 1. 12.
자기신뢰 리뷰(랄프 왈도 에머슨) : 개성, 독립, 삶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기 신뢰(Self-Reliance)」는 개인의 성공이나 성취를 논하는 에세이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정면으로 제기하는 사상적 선언문이다. 이 글은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 관습, 전통, 여론이 개인의 사고를 대신하는 순간 인간이 어떤 정신적 예속 상태에 놓이게 되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에머슨은 인간이 외부의 기준에 의존하는 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진정한 삶은 자기 내면의 판단을 신뢰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자기 신뢰』는 개인주의를 찬양하는 글이 아니라, 사유의 독립이 무너진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이 어떻게 훼손되는지를 통찰한 근대 사상의 핵심 텍스트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력한 문제의식을 제공한다.개성: 타인.. 2026. 1. 11.
달과 6펜스 리뷰 : 예술, 욕망, 자유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는 예술을 찬미하는 소설로 오독되기 쉬운 작품이지만, 실제로는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되는 폭력과 고립, 그리고 인간성의 붕괴를 냉혹하게 응시하는 문제작이다. 이 소설은 천재 예술가의 일탈이나 자유로운 삶의 선택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술적 충동이 인간의 삶과 윤리, 관계를 어떻게 잠식하고 파괴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작품 속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사회적 성공과 안락한 가정을 버리고 그림을 택하지만, 그 선택은 해방이 아니라 또 다른 예속으로 이어진다. 『달과 6펜스』는 예술·욕망·자유라는 매혹적인 개념들이 실제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떤 잔혹한 얼굴을 드러내는지를 끝까지 밀어붙이며, 독자에게 판단을 회피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 불편한 고전이다.예술『달과 6펜스』에서 예술.. 2026.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