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68 최진영 '해가 지는 곳으로' : 멸망과 사랑 최진영 작가의 장편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는 인류에게 닥친 치명적인 바이러스 재난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사랑과 우정 그리고 연대의 가치를 탐구하는 묵시록적 로드무비 서사입니다. 이 작품은 재난 소설의 전형적인 공포나 스펙터클 대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관계의 섬세한 면모에 집중합니다. 작가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문체는 종말의 풍경을 감성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냅니다. 특히 이 소설은 사회의 주변부 소수자들이 재난이라는 극한 상황을 통과하며 맺는 관계의 윤리를 성찰하게 합니다. 해가 지는 곳으로 가 한국 현대 문학이 디스토피아 서사를 다루는 방식에 던진 새로운 이정표이자 휴머니즘적 성취임을 이 서평을 통해 분석하고자 합니다. 작가는 파국 속에서도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2025. 10. 4.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상실과 회복, 느림의 미학 황보름 작가의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삶의 의미를 되묻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안을 건네는 동시대적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복잡한 서사나 극적인 사건 전개보다는 한적한 동네 서점을 중심으로 모인 인물들의 일상과 관계를 섬세하게 조명하는 데 집중합니다. 서점 주인 영주를 비롯해 이곳을 찾는 다양한 인물들은 저마다의 상실과 실패를 안고 있지만 책과 커피 그리고 조용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책을 파는 상업 공간을 넘어 현대인의 고독과 불안을 보듬는 심리적 안식처의 역할을 수행하며 빠르게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자발적 멈춤의 가치를 역설합니다. 본 서평은 소설이 제시하는 느림의 미학과 연대를 통한.. 2025. 10. 3. 천선란 『나인』: 인간과 비인간, 연결의 윤리 천선란 작가의 장편소설 『나인』은 근미래의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인간과 안드로이드, 그리고 버려진 존재들이 서로를 구원하는 과정을 그린 수작입니다. 이 소설은 한국 SF 문학에서 작가가 구축해 온 **'따뜻한 SF(휴머니즘 SF)'**의 정수를 보여주며, 기술 발전이 야기한 소외와 고독 속에서 진정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나인』은 단순한 SF 서사를 넘어, 생명과 비생명, 자연과 기술 간의 복잡한 관계를 성찰하게 하는 **윤리적 보고서**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천선란 작가는 냉소적인 미래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대를 선택하는 인물들을 통해 이 시대 독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와 희망을 제시합니다. 본 서평은 소설에 등장하는 비인간 존재들을 중심으로, 작가가 탐.. 2025. 10. 2. 정세랑의 덧니가 보고 싶어 : 선량한 존재들의 연대 정세랑 작가의 단편집 『덧니가 보고 싶어』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 **기발한 상상력과 미스터리**를 능숙하게 직조해 넣은 작품입니다. 이 소설집은 독자를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한 독특한 세계로 초대하며, 그 안에서 상처받기 쉬운 존재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연대하는 과정을 따뜻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냅니다. 작가 특유의 밝고 경쾌한 문체 뒤에는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고독에 대한 깊은 성찰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 서평은 『덧니가 보고 싶어』가 한국 현대 문학, 특히 **'친절함의 윤리'**를 정립한 문학으로서 차지하는 위치와 그 본질을 집중적으로 분석합니다.1. 일상에 잠입한 기묘함: '낯설게 하기'의 미학정세랑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일상의 풍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그 안에 비현실적인 요소를 자연스럽게.. 2025. 10. 1. 체공녀 강주룡: 여성 노동자의 연대와 투쟁 박서련 작가의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평양 을밀대 지붕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던 실존 인물,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생애를 복원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단순한 역사적 기록을 넘어, 작가의 치밀한 고증과 깊이 있는 상상력을 통해 식민지 시대의 계급 모순, 여성 노동자가 겪어야 했던 이중의 차별, 그리고 극한 상황에서 피어난 인간적인 연대의 의미를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우리가 잊고 있던 **여성 노동 운동사의 중요한 페이지**를 펼쳐 보이며, 독자들에게 90년 전의 투쟁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던지는 깊은 메시지를 성찰하게 합니다.1. '체공(滯空)'의 상징성: 땅을 떠난 자의 저항소설의 핵심적인 사건이자 모티프는 강주룡이 평양 을밀대 지붕 위에서 벌인 '체공 투쟁'입니다. '체공.. 2025. 9. 30. 이기호 문학의 아이러니와 실패의 미학 이기호 작가의 소설집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는 한국 사회의 불안한 단면과 그 속에서 실패를 거듭하는 소시민들의 초상을 특유의 블랙 코미디와 아이러니로 그려냅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문학의 주요 흐름 중 하나인 '루저 문학'의 정점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삶의 예견된 불행 앞에서 절망하기보다는 능청스럽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깊은 공감을 자아냅니다. 이 소설집은 단순히 '루저'의 이야기를 담는 것을 넘어,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개인에게 부여한 숙명적인 좌절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냉철하게 기록하는 중요한 문학적 성과입니다. 본 서평은 이기호 문학의 핵심적 특징인 **화술의 독특성**과 **실패를 통한 미학적 성취**를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1. '내 이럴 줄 알았지'의 서술.. 2025. 9. 29. 이전 1 ··· 4 5 6 7 8 9 10 ··· 28 다음